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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공예 샛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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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김동식 선자장




 “풍류와 멋의 상징, 

   합죽선과 63년”





      글 : 서정민 / 사진 : 김일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김동식 선자장



 "풍류와 멋의 상징,

   합죽선과 63년"



       글 : 서정민 / 사진 : 김일다

INDEX

INTRO

01. 합죽선 / 02. 150번의 손길
03. 대나무 / 04. 빛과 가시
05. 100년 간 손때 묻은 도구 / 06. 장식의 멋
07. 아픈 기억 / 08. 영화 '군도'
09. 시간의 힘

OUTRO

INDEX

INTRO

01. 합죽선 / 02. 150번의 손길
03. 대나무 / 04. 빛과 가시
05. 100년 간 손때 묻은 도구 / 06. 장식의 멋
07. 아픈 기억 / 08. 영화 '군도'
09. 시간의 힘

OUTRO

INTRO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한 줌 바람이 귀하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아마도 부채가 바람을 만드는 유일한 도구였을 것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77세) 장인은 전주에서 4대째 합죽선을 만들고 있다.
14살이던 1956년, 합죽선을 가업으로 이어오던 외조부 라학천에게 부채 만들기를 배우면서다.
외조부 라학천은 고종에게 합죽선을 진상할 만큼 뛰어난 명인이었지만,
외가 쪽으로는 맥이 끊기고 현재 김동식 장인이 63년째 그 맥을 잇고 있다.

INTRO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한 줌 바람이 귀하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아마도 부채가 바람을 만드는 유일한 도구였을 것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77세) 장인은 전주에서 4대째 합죽선을 만들고 있다.
14살이던 1956년, 합죽선을 가업으로 이어오던 외조부 라학천에게 부채 만들기를 배우면서다.
외조부 라학천은 고종에게 합죽선을 진상할 만큼 뛰어난 명인이었지만,
외가 쪽으로는 맥이 끊기고 현재 김동식 장인이 63년째 그 맥을 잇고 있다.

01. 합죽선


우리나라 부채는 형태상 크고 둥근 태극선 모양의 ‘방구부채’와 접고 펼 수 있는 ‘접(摺) 부채’로 나뉜다.
그 중 접부채인 ‘합죽선(合竹扇)’은 왕 대나무의 겉대와 겉대를 붙여서 만든 부채다.
대나무 속대만 사용하는 중국·일본의 ‘접선’보다 튼튼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고려시대부터 나전, 금속, 칠, 옥공예 등과 접목돼 발전해왔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부채가 고가의 사치품으로 신분에 따라 부챗살 수에 제한을 뒀다고 한다.

왕실 직계만이 부챗살이 50개인 ‘오십살백접선’을 쓸 수 있었고, 사대부는 사십선, 이하 중인과 상민은 그보다 살이 적은 부채를 사용할 수 있었다.

01. 합죽선


우리나라 부채는 형태상 크고 둥근 태극선 모양의 ‘방구부채’와 접고 펼 수 있는 ‘접(摺) 부채’로 나뉜다.
그 중 접부채인 ‘합죽선(合竹扇)’은 왕 대나무의 겉대와 겉대를 붙여서 만든 부채다.
대나무 속대만 사용하는 중국·일본의 ‘접선’보다 튼튼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고려시대부터 나전, 금속, 칠, 옥공예 등과 접목돼 발전해왔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부채가 고가의 사치품으로 신분에 따라 부챗살 수에 제한을 뒀다고 한다.

왕실 직계만이 부챗살이 50개인 ‘오십살백접선’을 쓸 수 있었고, 사대부는 사십선, 이하 중인과 상민은 그보다 살이 적은 부채를 사용할 수 있었다.

02. 150번의 손길

“합죽선 하나를 만들려면 최소 150번은 손이 가야하고 시간도 1주일 이상 걸리죠.”
조선시대에는 전라감영이 있는 전주에 선자청을 만들어 관청 장인들이 부채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때는 합죽선 하나를 만들기 위해 2부 6방으로 나뉘어 분업이 이루어졌다.
골선부 초조방(대나무를 잘라서 얇게 깎아내는 곳), 정련방(대나무를 붙여 부채 형태를 만드는 곳), 수장부 낙죽방(속살과 겉대에 박쥐나 매화 등을 새겨 넣어 장식을 하는 곳),
광방(대나무를 매끄럽게 광내는 곳), 도배방(부챗살에 미리 접어놓은 종이를 붙이는 곳),
사북방(장식용 고리로 부채 머리를 고정한 후 최종 마무리를 하는 곳) 등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공정을 김동식 장인이 혼자 하고 있다.
“사라져 가는 기술이기 때문에 내가 안 지키면 아예 없어져 버리잖아요.
그러면 예전에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전통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죠.”

02. 150번의 손길

“합죽선 하나를 만들려면 최소 150번은 손이 가야하고 시간도 1주일 이상 걸리죠.”
조선시대에는 전라감영이 있는 전주에 선자청을 만들어 관청 장인들이 부채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때는 합죽선 하나를 만들기 위해 2부 6방으로 나뉘어 분업이 이루어졌다.
골선부 초조방(대나무를 잘라서 얇게 깎아내는 곳), 정련방(대나무를 붙여 부채 형태를 만드는 곳), 수장부 낙죽방(속살과 겉대에 박쥐나 매화 등을 새겨 넣어 장식을 하는 곳),
광방(대나무를 매끄럽게 광내는 곳), 도배방(부챗살에 미리 접어놓은 종이를 붙이는 곳),
사북방(장식용 고리로 부채 머리를 고정한 후 최종 마무리를 하는 곳) 등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공정을 김동식 장인이 혼자 하고 있다.
“사라져 가는 기술이기 때문에 내가 안 지키면 아예 없어져 버리잖아요.
그러면 예전에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전통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죠.”

03. 대나무

합죽선 만들기는 좋은 대나무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김동식 장인은 직접 대나무 밭에 가서 꼭 필요한 대나무를 구입해온다.
“부챗살을 만드는 대나무는 마디가 긴 왕죽이 좋아요.
그 중에서도 대 껍질의 표면이 깔끔하고 윤기가 나는 게 상품이죠.
고급 합죽선을 만들려면 추미(대나무 마디 사이) 길이가 48cm는 돼야 하는데 그런 좋은 대나무를 만나려면 몇 년씩 걸리기도 하죠.”
푸른빛이 도는 겉껍질을 치수에 맞게 잘라서 양잿물에 30~40분 간 삶아 말리면 껍질의 때가 벗겨져 노란 색이 드러난다.

03. 대나무

합죽선 만들기는 좋은 대나무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김동식 장인은 직접 대나무 밭에 가서 꼭 필요한 대나무를 구입해온다.
“부챗살을 만드는 대나무는 마디가 긴 왕죽이 좋아요.
그 중에서도 대 껍질의 표면이 깔끔하고 윤기가 나는 게 상품이죠.
고급 합죽선을 만들려면 추미(대나무 마디 사이) 길이가 48cm는 돼야 하는데 그런 좋은 대나무를 만나려면 몇 년씩 걸리기도 하죠.”
푸른빛이 도는 겉껍질을 치수에 맞게 잘라서 양잿물에 30~40분 간 삶아 말리면 껍질의 때가 벗겨져 노란 색이 드러난다.

04. 빛과 가시

지금부터가 핵심 과정이다. 끓는 물에 불린 대나무를 빛이 투과될 만큼 0.3mm 두께로 얇게 속대를 깎아내는 일인데 오랫동안 손에 익지 않으면 해내지 못 할 일이다.
사십선을 만들려면 양쪽에 붙는 변죽(부채의 단단한 겉)을 제외하고 얇은 부챗살 76조각을 맞붙여야 한다.
그렇게 만든 부채 두께가 2.9cm 정도 돼야하니 사이사이에 들어간 부챗살은 얼마나 얇을까.
“일본과 중국의 부채 기술자들이 배워보겠다고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다들 ‘이건 쉽게 따라할 일이 아니다’라며 그냥 돌아갔죠.”

대나무 가시는 살에 한 번 박히면 찾기도 빼기도 힘들단다. 김 장인의 손가락 끝이 퉁퉁 부어 있는 이유다.
대나무 속껍질을 알맞은 두께로 다 깎아내면 풀을 이용해 합죽, 즉 겉껍질 두 장씩을 붙여야 한다.
이때 풀은 민어 부레를 끓여 만든 ‘어교’와 동물 가죽, 힘줄, 뼈를 고아 만든 ‘아교’를 섞어 사용한다.
붙여놓은 부챗살 48개를 단단히 묶어서 일주일 정도 말린 다음, 손잡이 부분인 부채 ‘등’으로 사용할 재료를 깎고 다듬는다.
몸통 부분이 부드러운 곡선이 되도록 낫칼로 깎고 다듬고 나면, 목살 자르기를 해서 종이 붙일 곳을 따내고 목을 둥글게 다듬는다.
부챗살에 풀을 입힌 후 미리 재단해서 접어놓은 한지를 붙이고, 손잡이에 장식인 사복을 박아야 합죽선 한 자루가 겨우 완성된다.
오로지 전통방식 그대로 수작업으로만 이루어진 공정들이다. 대나무 껍질이 부서지기 때문에 기계사용은 꿈도 꾸지 못한다.

04. 빛과 가시

지금부터가 핵심 과정이다. 끓는 물에 불린 대나무를 빛이 투과될 만큼 0.3mm 두께로 얇게 속대를 깎아내는 일인데 오랫동안 손에 익지 않으면 해내지 못 할 일이다.
사십선을 만들려면 양쪽에 붙는 변죽(부채의 단단한 겉)을 제외하고 얇은 부챗살 76조각을 맞붙여야 한다.
그렇게 만든 부채 두께가 2.9cm 정도 돼야하니 사이사이에 들어간 부챗살은 얼마나 얇을까.
“일본과 중국의 부채 기술자들이 배워보겠다고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다들 ‘이건 쉽게 따라할 일이 아니다’라며 그냥 돌아갔죠.”

대나무 가시는 살에 한 번 박히면 찾기도 빼기도 힘들단다. 김 장인의 손가락 끝이 퉁퉁 부어 있는 이유다.
대나무 속껍질을 알맞은 두께로 다 깎아내면 풀을 이용해 합죽, 즉 겉껍질 두 장씩을 붙여야 한다.
이때 풀은 민어 부레를 끓여 만든 ‘어교’와 동물 가죽, 힘줄, 뼈를 고아 만든 ‘아교’를 섞어 사용한다.
붙여놓은 부챗살 48개를 단단히 묶어서 일주일 정도 말린 다음, 손잡이 부분인 부채 ‘등’으로 사용할 재료를 깎고 다듬는다.
몸통 부분이 부드러운 곡선이 되도록 낫칼로 깎고 다듬고 나면, 목살 자르기를 해서 종이 붙일 곳을 따내고 목을 둥글게 다듬는다.
부챗살에 풀을 입힌 후 미리 재단해서 접어놓은 한지를 붙이고, 손잡이에 장식인 사복을 박아야 합죽선 한 자루가 겨우 완성된다.
오로지 전통방식 그대로 수작업으로만 이루어진 공정들이다. 대나무 껍질이 부서지기 때문에 기계사용은 꿈도 꾸지 못한다.

05. 100년 간 손때 묻은 도구

지난 5월 전주부채문화관에서 ‘선자장의 도구’ 전시가 열렸다.
김동식 장인이 합죽선을 만들 때 사용해온 도구 50여 점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그 중에는 외할아버지 고 라학천 장인에게서 물려받은 100년 된 ‘방목’도 있다. 방목이란 방에서 사용하는 도마를 말한다.
이 외에도 생소한 이름의 도구들을 볼 수 있었다. 목살자, 세말칼, 합죽칼, 도구리, 기죽 낫칼, 활비비, 전지 등.

김동식 선자장의 작업실 벽에는 이날 전시장에 나왔던 손때 묻은 도구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다.
하나같이 성한 데 없이 낡아 보이지만 모두 김 장인의 손에 맞게 모양이 변형되고 길들여진, 세상에 둘도 없는 도구들이다.

05. 100년 간 손때 묻은 도구

지난 5월 전주부채문화관에서 ‘선자장의 도구’ 전시가 열렸다.
김동식 장인이 합죽선을 만들 때 사용해온 도구 50여 점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그 중에는 외할아버지 고 라학천 장인에게서 물려받은 100년 된 ‘방목’도 있다. 방목이란 방에서 사용하는 도마를 말한다.
이 외에도 생소한 이름의 도구들을 볼 수 있었다. 목살자, 세말칼, 합죽칼, 도구리, 기죽 낫칼, 활비비, 전지 등.

김동식 선자장의 작업실 벽에는 이날 전시장에 나왔던 손때 묻은 도구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다.
하나같이 성한 데 없이 낡아 보이지만 모두 김 장인의 손에 맞게 모양이 변형되고 길들여진, 세상에 둘도 없는 도구들이다.

06. 장식의 멋

합죽선은 펼쳤을 때 선이 살아 있도록 살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름답고 우아한 매력도 품고 있어야 한다.
부채 등과 변죽에 어떤 문양을 새기는지, 어떤 재료를 썼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미학이 표현된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풍류와 멋은 바로 이 합죽선을 얼마나 사치스럽게 꾸미느냐로 판가름됐죠.”
지금도 부채 끝에 다는 선추(매듭) 장식은 몇 백 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김 장인도 개인 작업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합죽선 ‘등’은 흑단, 먹감나무, 박달나무 등을 사용하거나 우족(소뼈) 또는 상아를 사용한다.
그런데 요즘은 상아는 아예 구하지 못하고, 우족도 우시장 상인들이 작게 뼈를 조각내서 팔기 때문에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변죽도 재료가 다양하다. 거북이 등껍질을 얇게 떠서 붙이거나 나전을 붙여 옻칠 또는 주칠(붉은 옻칠)로 마무리하는 등 화려하다.
부챗살에 한지대신 비단을 붙인 ‘비단선’, 임금과 왕비가 사용했던 동그란 모양의 ‘윤선’도 있다.
한지만 붙인 게 ‘백선’인데 종이에 금빛의 황칠을 하면 시간이 갈수록 더 깊고 은은한 빛을 띠게 된다.
황칠 칠액 작은 병 하나가 400~500만원이니 부채 하나 당 15~16만원씩 사용되는 비싼 재료다.

06. 장식의 멋

합죽선은 펼쳤을 때 선이 살아 있도록 살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름답고 우아한 매력도 품고 있어야 한다.
부채 등과 변죽에 어떤 문양을 새기는지, 어떤 재료를 썼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미학이 표현된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풍류와 멋은 바로 이 합죽선을 얼마나 사치스럽게 꾸미느냐로 판가름됐죠.”
지금도 부채 끝에 다는 선추(매듭) 장식은 몇 백 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김 장인도 개인 작업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합죽선 ‘등’은 흑단, 먹감나무, 박달나무 등을 사용하거나 우족(소뼈) 또는 상아를 사용한다.
그런데 요즘은 상아는 아예 구하지 못하고, 우족도 우시장 상인들이 작게 뼈를 조각내서 팔기 때문에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변죽도 재료가 다양하다. 거북이 등껍질을 얇게 떠서 붙이거나 나전을 붙여 옻칠 또는 주칠(붉은 옻칠)로 마무리하는 등 화려하다.
부챗살에 한지대신 비단을 붙인 ‘비단선’, 임금과 왕비가 사용했던 동그란 모양의 ‘윤선’도 있다.
한지만 붙인 게 ‘백선’인데 종이에 금빛의 황칠을 하면 시간이 갈수록 더 깊고 은은한 빛을 띠게 된다.
황칠 칠액 작은 병 하나가 400~500만원이니 부채 하나 당 15~16만원씩 사용되는 비싼 재료다.

07. 아픈 기억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부채를 물으니 김 장인은 “25년 전 만든 35cm 길이의 부채”라고 답했다.
평범한 백선이었지만 스스로 “참 잘 만들었다” 생각할 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는데 생활고 때문에 딱 한 자루만 남기고 남에게 팔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형편이 나아져 다시 그 부채를 사려하니 원래 팔았던 가격의 6배를 부르더란다.

“고약한 사람이죠. 아쉬웠지만 결국 못 샀어요.”

07. 아픈 기억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부채를 물으니 김 장인은 “25년 전 만든 35cm 길이의 부채”라고 답했다.
평범한 백선이었지만 스스로 “참 잘 만들었다” 생각할 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는데 생활고 때문에 딱 한 자루만 남기고 남에게 팔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형편이 나아져 다시 그 부채를 사려하니 원래 팔았던 가격의 6배를 부르더란다.

“고약한 사람이죠. 아쉬웠지만 결국 못 샀어요.”

08. 영화 ‘군도'

영화 ‘군도’에서 주인공인 배우 강동원이 사용했던 합죽선도 김 장인이 만든 것이다.
“촬영에 꼭 필요하다고 해서 영화 팀에 빌려줬더니 아예 망가져서 버렸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를 보니 배우가 그걸 들고 싸움도 하고 그러대요. 나한테는 작품인데 가벼운 소품으로 사용한 게 아쉽더라고요.”

조선시대 선비들은 선추에 고리를 만들어 손목에 끼고 도포 자락에 넣고 다녔다.
밤에 산적이 나타났을 때 부채를 꺼내면 달빛에 칼로 보여 산적이 놀라 도망갔다는 얘기가 있다.

08. 영화 ‘군도'

영화 ‘군도’에서 주인공인 배우 강동원이 사용했던 합죽선도 김 장인이 만든 것이다.
“촬영에 꼭 필요하다고 해서 영화 팀에 빌려줬더니 아예 망가져서 버렸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를 보니 배우가 그걸 들고 싸움도 하고 그러대요. 나한테는 작품인데 가벼운 소품으로 사용한 게 아쉽더라고요.”

조선시대 선비들은 선추에 고리를 만들어 손목에 끼고 도포 자락에 넣고 다녔다.
밤에 산적이 나타났을 때 부채를 꺼내면 달빛에 칼로 보여 산적이 놀라 도망갔다는 얘기가 있다.

09. 시간의 힘

합죽선은 반영구적인 제품이다. 습기나 비가 종이에 닿으면 흐트러지지만,
이것만 주의하면 몇 백 년도 거뜬히 보존될 수 있다. 대나무 껍질로 만들어 썩지도 않는다.

“내가 본 것 중에 200년 된 것도 있죠. 색만 손때를 탔을 뿐 부챗살은 모두 잘 살아 있더라고요.”

09. 시간의 힘

합죽선은 반영구적인 제품이다. 습기나 비가 종이에 닿으면 흐트러지지만,
이것만 주의하면 몇 백 년도 거뜬히 보존될 수 있다. 대나무 껍질로 만들어 썩지도 않는다.

“내가 본 것 중에 200년 된 것도 있죠. 색만 손때를 탔을 뿐 부챗살은 모두 잘 살아 있더라고요.”

OUTRO

김 장인의 작업실은 실제로 살고 있는 가정집의 방 한 칸이다.
엄밀히 말하면 잠을 자는 침실 빼고는 모두가 작업실이다.
방방마다 대나무가 흩어져 있다. 옷이 들어가 있어야 할 옷장에도 그동안 만들어둔 부채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대나무가 휘지 않고 잘 마르도록 집 실내 온도는 고정돼 있다. 때문에 한겨울엔 집안에서도 무릎이 시릴 만큼 춥다고 한다.
이렇게 70대 노인의 고집스럽고 고단한 인내 속에서 합죽선의 시원한 바람은 시작된다.

OUTRO

김 장인의 작업실은 실제로 살고 있는 가정집의 방 한 칸이다.
엄밀히 말하면 잠을 자는 침실 빼고는 모두가 작업실이다.
방방마다 대나무가 흩어져 있다. 옷이 들어가 있어야 할 옷장에도 그동안 만들어둔 부채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대나무가 휘지 않고 잘 마르도록 집 실내 온도는 고정돼 있다. 때문에 한겨울엔 집안에서도 무릎이 시릴 만큼 춥다고 한다.
이렇게 70대 노인의 고집스럽고 고단한 인내 속에서 합죽선의 시원한 바람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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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INTRO

01. 합죽선
02. 150번의 손길
03. 대나무
04. 빛과 가시
05. 100년 간 손때 묻은 도구
06. 장식의 멋
07. 아픈 기억
08. 영화 '군도'
09. 시간의 힘

OUTRO

INDEX


INTRO

01. 합죽선
02. 150번의 손길
03. 대나무
04. 빛과 가시
05. 100년 간 손때 묻은 도구
06. 장식의 멋
07. 아픈 기억
08. 영화 '군도'
09. 시간의 힘

OUTRO

INTRO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한 줌 바람이 귀하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아마도 부채가 바람을 만드는 유일한 도구였을 것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77세) 장인은 전주에서 4대째 합죽선을 만들고 있다.
14살이던 1956년, 합죽선을 가업으로 이어오던 외조부 라학천에게 부채 만들기를 배우면서다.
외조부 라학천은 고종에게 합죽선을 진상할 만큼 뛰어난 명인이었지만,
외가 쪽으로는 맥이 끊기고 현재 김동식 장인이 63년째 그 맥을 잇고 있다.

INTRO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한 줌 바람이 귀하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아마도 부채가 바람을 만드는 유일한 도구였을 것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28호 선자장 김동식(77세) 장인은 전주에서 4대째 합죽선을 만들고 있다.
14살이던 1956년, 합죽선을 가업으로 이어오던 외조부 라학천에게 부채 만들기를 배우면서다.
외조부 라학천은 고종에게 합죽선을 진상할 만큼 뛰어난 명인이었지만,
외가 쪽으로는 맥이 끊기고 현재 김동식 장인이 63년째 그 맥을 잇고 있다.




















01. 합죽선


우리나라 부채는 형태상 크고 둥근 태극선 모양의 ‘방구부채’와 접고 펼 수 있는 ‘접(摺) 부채’로 나뉜다.
그 중 접부채인 ‘합죽선(合竹扇)’은 왕 대나무의 겉대와 겉대를 붙여서 만든 부채다.
대나무 속대만 사용하는 중국·일본의 ‘접선’보다 튼튼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고려시대부터 나전, 금속, 칠, 옥공예 등과 접목돼 발전해왔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부채가 고가의 사치품으로 신분에 따라 부챗살 수에 제한을 뒀다고 한다.

왕실 직계만이 부챗살이 50개인 ‘오십살백접선’을 쓸 수 있었고, 사대부는 사십선, 이하 중인과 상민은 그보다 살이 적은 부채를 사용할 수 있었다.




















01. 합죽선


우리나라 부채는 형태상 크고 둥근 태극선 모양의 ‘방구부채’와 접고 펼 수 있는 ‘접(摺) 부채’로 나뉜다.
그 중 접부채인 ‘합죽선(合竹扇)’은 왕 대나무의 겉대와 겉대를 붙여서 만든 부채다.
대나무 속대만 사용하는 중국·일본의 ‘접선’보다 튼튼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고려시대부터 나전, 금속, 칠, 옥공예 등과 접목돼 발전해왔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부채가 고가의 사치품으로 신분에 따라 부챗살 수에 제한을 뒀다고 한다.

왕실 직계만이 부챗살이 50개인 ‘오십살백접선’을 쓸 수 있었고, 사대부는 사십선, 이하 중인과 상민은 그보다 살이 적은 부채를 사용할 수 있었다.




















02. 150번의 손길

“합죽선 하나를 만들려면 최소 150번은 손이 가야하고 시간도 1주일 이상 걸리죠.”
조선시대에는 전라감영이 있는 전주에 선자청을 만들어 관청 장인들이 부채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때는 합죽선 하나를 만들기 위해 2부 6방으로 나뉘어 분업이 이루어졌다.
골선부 초조방(대나무를 잘라서 얇게 깎아내는 곳), 정련방(대나무를 붙여 부채 형태를 만드는 곳), 수장부 낙죽방(속살과 겉대에 박쥐나 매화 등을 새겨 넣어 장식을 하는 곳),
광방(대나무를 매끄럽게 광내는 곳), 도배방(부챗살에 미리 접어놓은 종이를 붙이는 곳),
사북방(장식용 고리로 부채 머리를 고정한 후 최종 마무리를 하는 곳) 등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공정을 김동식 장인이 혼자 하고 있다.
“사라져 가는 기술이기 때문에 내가 안 지키면 아예 없어져 버리잖아요.
그러면 예전에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전통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죠.”




















02. 150번의 손길

“합죽선 하나를 만들려면 최소 150번은 손이 가야하고 시간도 1주일 이상 걸리죠.”
조선시대에는 전라감영이 있는 전주에 선자청을 만들어 관청 장인들이 부채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때는 합죽선 하나를 만들기 위해 2부 6방으로 나뉘어 분업이 이루어졌다.
골선부 초조방(대나무를 잘라서 얇게 깎아내는 곳), 정련방(대나무를 붙여 부채 형태를 만드는 곳), 수장부 낙죽방(속살과 겉대에 박쥐나 매화 등을 새겨 넣어 장식을 하는 곳),
광방(대나무를 매끄럽게 광내는 곳), 도배방(부챗살에 미리 접어놓은 종이를 붙이는 곳),
사북방(장식용 고리로 부채 머리를 고정한 후 최종 마무리를 하는 곳) 등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공정을 김동식 장인이 혼자 하고 있다.
“사라져 가는 기술이기 때문에 내가 안 지키면 아예 없어져 버리잖아요.
그러면 예전에는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전통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죠.”




















03. 대나무

합죽선 만들기는 좋은 대나무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김동식 장인은 직접 대나무 밭에 가서 꼭 필요한 대나무를 구입해온다.
“부챗살을 만드는 대나무는 마디가 긴 왕죽이 좋아요.
그 중에서도 대 껍질의 표면이 깔끔하고 윤기가 나는 게 상품이죠.
고급 합죽선을 만들려면 추미(대나무 마디 사이) 길이가 48cm는 돼야 하는데 그런 좋은 대나무를 만나려면 몇 년씩 걸리기도 하죠.”
푸른빛이 도는 겉껍질을 치수에 맞게 잘라서 양잿물에 30~40분 간 삶아 말리면 껍질의 때가 벗겨져 노란 색이 드러난다.




















03. 대나무

합죽선 만들기는 좋은 대나무를 구하는 일부터 시작된다. 김동식 장인은 직접 대나무 밭에 가서 꼭 필요한 대나무를 구입해온다.
“부챗살을 만드는 대나무는 마디가 긴 왕죽이 좋아요.
그 중에서도 대 껍질의 표면이 깔끔하고 윤기가 나는 게 상품이죠.
고급 합죽선을 만들려면 추미(대나무 마디 사이) 길이가 48cm는 돼야 하는데 그런 좋은 대나무를 만나려면 몇 년씩 걸리기도 하죠.”
푸른빛이 도는 겉껍질을 치수에 맞게 잘라서 양잿물에 30~40분 간 삶아 말리면 껍질의 때가 벗겨져 노란 색이 드러난다.


















04. 빛과 가시

지금부터가 핵심 과정이다. 끓는 물에 불린 대나무를 빛이 투과될 만큼 0.3mm 두께로 얇게 속대를 깎아내는 일인데 오랫동안 손에 익지 않으면 해내지 못 할 일이다.
사십선을 만들려면 양쪽에 붙는 변죽(부채의 단단한 겉)을 제외하고 얇은 부챗살 76조각을 맞붙여야 한다.
그렇게 만든 부채 두께가 2.9cm 정도 돼야하니 사이사이에 들어간 부챗살은 얼마나 얇을까.
“일본과 중국의 부채 기술자들이 배워보겠다고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다들 ‘이건 쉽게 따라할 일이 아니다’라며 그냥 돌아갔죠.”

대나무 가시는 살에 한 번 박히면 찾기도 빼기도 힘들단다. 김 장인의 손가락 끝이 퉁퉁 부어 있는 이유다.
대나무 속껍질을 알맞은 두께로 다 깎아내면 풀을 이용해 합죽, 즉 겉껍질 두 장씩을 붙여야 한다.
이때 풀은 민어 부레를 끓여 만든 ‘어교’와 동물 가죽, 힘줄, 뼈를 고아 만든 ‘아교’를 섞어 사용한다.
붙여놓은 부챗살 48개를 단단히 묶어서 일주일 정도 말린 다음, 손잡이 부분인 부채 ‘등’으로 사용할 재료를 깎고 다듬는다.
몸통 부분이 부드러운 곡선이 되도록 낫칼로 깎고 다듬고 나면, 목살 자르기를 해서 종이 붙일 곳을 따내고 목을 둥글게 다듬는다.
부챗살에 풀을 입힌 후 미리 재단해서 접어놓은 한지를 붙이고, 손잡이에 장식인 사복을 박아야 합죽선 한 자루가 겨우 완성된다.
오로지 전통방식 그대로 수작업으로만 이루어진 공정들이다. 대나무 껍질이 부서지기 때문에 기계사용은 꿈도 꾸지 못한다.


















04. 빛과 가시

지금부터가 핵심 과정이다. 끓는 물에 불린 대나무를 빛이 투과될 만큼 0.3mm 두께로 얇게 속대를 깎아내는 일인데 오랫동안 손에 익지 않으면 해내지 못 할 일이다.
사십선을 만들려면 양쪽에 붙는 변죽(부채의 단단한 겉)을 제외하고 얇은 부챗살 76조각을 맞붙여야 한다.
그렇게 만든 부채 두께가 2.9cm 정도 돼야하니 사이사이에 들어간 부챗살은 얼마나 얇을까.
“일본과 중국의 부채 기술자들이 배워보겠다고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다들 ‘이건 쉽게 따라할 일이 아니다’라며 그냥 돌아갔죠.”

대나무 가시는 살에 한 번 박히면 찾기도 빼기도 힘들단다. 김 장인의 손가락 끝이 퉁퉁 부어 있는 이유다.
대나무 속껍질을 알맞은 두께로 다 깎아내면 풀을 이용해 합죽, 즉 겉껍질 두 장씩을 붙여야 한다.
이때 풀은 민어 부레를 끓여 만든 ‘어교’와 동물 가죽, 힘줄, 뼈를 고아 만든 ‘아교’를 섞어 사용한다.
붙여놓은 부챗살 48개를 단단히 묶어서 일주일 정도 말린 다음, 손잡이 부분인 부채 ‘등’으로 사용할 재료를 깎고 다듬는다.
몸통 부분이 부드러운 곡선이 되도록 낫칼로 깎고 다듬고 나면, 목살 자르기를 해서 종이 붙일 곳을 따내고 목을 둥글게 다듬는다.
부챗살에 풀을 입힌 후 미리 재단해서 접어놓은 한지를 붙이고, 손잡이에 장식인 사복을 박아야 합죽선 한 자루가 겨우 완성된다.
오로지 전통방식 그대로 수작업으로만 이루어진 공정들이다. 대나무 껍질이 부서지기 때문에 기계사용은 꿈도 꾸지 못한다.




















05. 100년 간 손때 묻은 도구

지난 5월 전주부채문화관에서 ‘선자장의 도구’ 전시가 열렸다.
김동식 장인이 합죽선을 만들 때 사용해온 도구 50여 점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그 중에는 외할아버지 고 라학천 장인에게서 물려받은 100년 된 ‘방목’도 있다. 방목이란 방에서 사용하는 도마를 말한다.
이 외에도 생소한 이름의 도구들을 볼 수 있었다. 목살자, 세말칼, 합죽칼, 도구리, 기죽 낫칼, 활비비, 전지 등.

김동식 선자장의 작업실 벽에는 이날 전시장에 나왔던 손때 묻은 도구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다.
하나같이 성한 데 없이 낡아 보이지만 모두 김 장인의 손에 맞게 모양이 변형되고 길들여진, 세상에 둘도 없는 도구들이다.




















05. 100년 간 손때 묻은 도구

지난 5월 전주부채문화관에서 ‘선자장의 도구’ 전시가 열렸다.
김동식 장인이 합죽선을 만들 때 사용해온 도구 50여 점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그 중에는 외할아버지 고 라학천 장인에게서 물려받은 100년 된 ‘방목’도 있다. 방목이란 방에서 사용하는 도마를 말한다.
이 외에도 생소한 이름의 도구들을 볼 수 있었다. 목살자, 세말칼, 합죽칼, 도구리, 기죽 낫칼, 활비비, 전지 등.

김동식 선자장의 작업실 벽에는 이날 전시장에 나왔던 손때 묻은 도구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다.
하나같이 성한 데 없이 낡아 보이지만 모두 김 장인의 손에 맞게 모양이 변형되고 길들여진, 세상에 둘도 없는 도구들이다.



















06. 장식의 멋

합죽선은 펼쳤을 때 선이 살아 있도록 살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름답고 우아한 매력도 품고 있어야 한다.
부채 등과 변죽에 어떤 문양을 새기는지, 어떤 재료를 썼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미학이 표현된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풍류와 멋은 바로 이 합죽선을 얼마나 사치스럽게 꾸미느냐로 판가름됐죠.”
지금도 부채 끝에 다는 선추(매듭) 장식은 몇 백 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김 장인도 개인 작업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합죽선 ‘등’은 흑단, 먹감나무, 박달나무 등을 사용하거나 우족(소뼈) 또는 상아를 사용한다.
그런데 요즘은 상아는 아예 구하지 못하고, 우족도 우시장 상인들이 작게 뼈를 조각내서 팔기 때문에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변죽도 재료가 다양하다. 거북이 등껍질을 얇게 떠서 붙이거나 나전을 붙여 옻칠 또는 주칠(붉은 옻칠)로 마무리하는 등 화려하다.
부챗살에 한지대신 비단을 붙인 ‘비단선’, 임금과 왕비가 사용했던 동그란 모양의 ‘윤선’도 있다.
한지만 붙인 게 ‘백선’인데 종이에 금빛의 황칠을 하면 시간이 갈수록 더 깊고 은은한 빛을 띠게 된다.
황칠 칠액 작은 병 하나가 400~500만원이니 부채 하나 당 15~16만원씩 사용되는 비싼 재료다.



















06. 장식의 멋

합죽선은 펼쳤을 때 선이 살아 있도록 살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름답고 우아한 매력도 품고 있어야 한다.
부채 등과 변죽에 어떤 문양을 새기는지, 어떤 재료를 썼는지에 따라 각기 다른 미학이 표현된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풍류와 멋은 바로 이 합죽선을 얼마나 사치스럽게 꾸미느냐로 판가름됐죠.”
지금도 부채 끝에 다는 선추(매듭) 장식은 몇 백 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김 장인도 개인 작업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합죽선 ‘등’은 흑단, 먹감나무, 박달나무 등을 사용하거나 우족(소뼈) 또는 상아를 사용한다.
그런데 요즘은 상아는 아예 구하지 못하고, 우족도 우시장 상인들이 작게 뼈를 조각내서 팔기 때문에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변죽도 재료가 다양하다. 거북이 등껍질을 얇게 떠서 붙이거나 나전을 붙여 옻칠 또는 주칠(붉은 옻칠)로 마무리하는 등 화려하다.
부챗살에 한지대신 비단을 붙인 ‘비단선’, 임금과 왕비가 사용했던 동그란 모양의 ‘윤선’도 있다.
한지만 붙인 게 ‘백선’인데 종이에 금빛의 황칠을 하면 시간이 갈수록 더 깊고 은은한 빛을 띠게 된다.
황칠 칠액 작은 병 하나가 400~500만원이니 부채 하나 당 15~16만원씩 사용되는 비싼 재료다.




















07. 아픈 기억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부채를 물으니 김 장인은 “25년 전 만든 35cm 길이의 부채”라고 답했다.
평범한 백선이었지만 스스로 “참 잘 만들었다” 생각할 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는데 생활고 때문에 딱 한 자루만 남기고 남에게 팔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형편이 나아져 다시 그 부채를 사려하니 원래 팔았던 가격의 6배를 부르더란다.

“고약한 사람이죠. 아쉬웠지만 결국 못 샀어요.”




















07. 아픈 기억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부채를 물으니 김 장인은 “25년 전 만든 35cm 길이의 부채”라고 답했다.
평범한 백선이었지만 스스로 “참 잘 만들었다” 생각할 만큼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는데 생활고 때문에 딱 한 자루만 남기고 남에게 팔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형편이 나아져 다시 그 부채를 사려하니 원래 팔았던 가격의 6배를 부르더란다.

“고약한 사람이죠. 아쉬웠지만 결국 못 샀어요.”




















08. 영화 ‘군도'

영화 ‘군도’에서 주인공인 배우 강동원이 사용했던 합죽선도 김 장인이 만든 것이다.
“촬영에 꼭 필요하다고 해서 영화 팀에 빌려줬더니 아예 망가져서 버렸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를 보니 배우가 그걸 들고 싸움도 하고 그러대요. 나한테는 작품인데 가벼운 소품으로 사용한 게 아쉽더라고요.”

조선시대 선비들은 선추에 고리를 만들어 손목에 끼고 도포 자락에 넣고 다녔다.
밤에 산적이 나타났을 때 부채를 꺼내면 달빛에 칼로 보여 산적이 놀라 도망갔다는 얘기가 있다.




















08. 영화 ‘군도'

영화 ‘군도’에서 주인공인 배우 강동원이 사용했던 합죽선도 김 장인이 만든 것이다.
“촬영에 꼭 필요하다고 해서 영화 팀에 빌려줬더니 아예 망가져서 버렸다고 하더라고요.
영화를 보니 배우가 그걸 들고 싸움도 하고 그러대요. 나한테는 작품인데 가벼운 소품으로 사용한 게 아쉽더라고요.”

조선시대 선비들은 선추에 고리를 만들어 손목에 끼고 도포 자락에 넣고 다녔다.
밤에 산적이 나타났을 때 부채를 꺼내면 달빛에 칼로 보여 산적이 놀라 도망갔다는 얘기가 있다.




















09. 시간의 힘

합죽선은 반영구적인 제품이다. 습기나 비가 종이에 닿으면 흐트러지지만,
이것만 주의하면 몇 백 년도 거뜬히 보존될 수 있다. 대나무 껍질로 만들어 썩지도 않는다.

“내가 본 것 중에 200년 된 것도 있죠. 색만 손때를 탔을 뿐 부챗살은 모두 잘 살아 있더라고요.”




















09. 시간의 힘

합죽선은 반영구적인 제품이다. 습기나 비가 종이에 닿으면 흐트러지지만,
이것만 주의하면 몇 백 년도 거뜬히 보존될 수 있다. 대나무 껍질로 만들어 썩지도 않는다.

“내가 본 것 중에 200년 된 것도 있죠. 색만 손때를 탔을 뿐 부챗살은 모두 잘 살아 있더라고요.”

OUTRO

김 장인의 작업실은 실제로 살고 있는 가정집의 방 한 칸이다.
엄밀히 말하면 잠을 자는 침실 빼고는 모두가 작업실이다.
방방마다 대나무가 흩어져 있다. 옷이 들어가 있어야 할 옷장에도 그동안 만들어둔 부채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대나무가 휘지 않고 잘 마르도록 집 실내 온도는 고정돼 있다. 때문에 한겨울엔 집안에서도 무릎이 시릴 만큼 춥다고 한다.
이렇게 70대 노인의 고집스럽고 고단한 인내 속에서 합죽선의 시원한 바람은 시작된다.

OUTRO

김 장인의 작업실은 실제로 살고 있는 가정집의 방 한 칸이다.
엄밀히 말하면 잠을 자는 침실 빼고는 모두가 작업실이다.
방방마다 대나무가 흩어져 있다. 옷이 들어가 있어야 할 옷장에도 그동안 만들어둔 부채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대나무가 휘지 않고 잘 마르도록 집 실내 온도는 고정돼 있다. 때문에 한겨울엔 집안에서도 무릎이 시릴 만큼 춥다고 한다.
이렇게 70대 노인의 고집스럽고 고단한 인내 속에서 합죽선의 시원한 바람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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